장안의 화재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다들 보셨나요? <기생충>에 관한 기사들을 살펴보다가 <기생충> 영어 자막을 번역한 달시 파켓Darcy Paquet이란 인물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어요. 영화 속 캐릭터, 분위기, 감정 등을 잘 담아낸 번역이 없었다면 황금종려상 수상은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재작년인가 영화 <데드풀>의 번역이 화재가 되면서 이 영화를 번역한 황석희 번역가가 함께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제대로 된 번역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겠지요?

<기생충>에서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이런 거 없니?'의 의미 전달을 위해 서울대를 '옥스퍼드'로 바꾸거나, 우리에게 익숙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해외에서 더 많이 쓰는 '왓츠앱' 어플로 번역하거나, 짜파구리를 'ram-don'(ramen + udon)이라 풀고, 반지하를 'semi-basement', 종북 개그 달인을 'Nobody can imitate North Korea news anchors like you'라고 한 것에서는 영화와 우리말에 대한 그의 관심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어요.

특히 영어와 우리말은 어순의 차이 때문에 번역한 자막에서 웃음의 타이밍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칸영화제 상영 당시 한국 기자단이 웃는 타이밍과 외국인 관객이 웃는 타이밍이 대부분 일치했다고 하니 그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됩니다.

하지만 “단점만 보이기 쉬운 힘든 일”이라는 대목에서는 살짝 반론을 제기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밖에서 보면 한없이 멋있어 보이는 일이 번역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준비없이 도전했다가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지만요. 번역가는 백조 같아요. 물 위의 모습은 한없이 우아하고 멋있지만 물 아래의 모습은... 흠, 아시죠? 하지만 그만한 노동의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데에는 늘 동의한답니다.

도착어를 출발어에 최대한 가깝게 번역하는 것. 그래서 출발어의 미묘한 뉘앙스, 분위기, 감정을 100% 살리는 것. 비단 영화번역가뿐만 아니라 모든 번역가의 고민인 거 같아요. 물론 어순도 마찬가지고요.

이 단어를 여기다 꽂을까 저기다 꽂을까 늘 고민하는 번역가님들 또는 번역가 지망생 여러분,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Darcy Paquet 인터뷰 전문 보기